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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포장마차 아홉 - 판란만장한 하루…..

작성자
Bridget Runte
작성일
2024-04-23
조회수
Hit : 19

 

 

 

포장마차 앞에 일톤 더블캡 한대가 멈춘다. 

 

뒷좌석 문이 열리더니, 상가집 맞춤 의상인듯 낡아빠지고 꼬깃한 까만 정장을 입은 깍두기 셋이 내리고는 머뭇거린다. 

 

뒤이어 운전석에서 마른 체구에, 흑인만큼 까만 얼굴의 사내가 내리고는 깍두기에게 소리지른다. 

 

"야, 이 시발넘들이, 술처먹으러 와서 머하노? 

 

앉아라 이새끼들아!" 

 

깍두기 셋은 습관인듯 폴더인사를 던지고는, 유치원 졸업한 누렁이만큼 얌전하게 앉아서 기다린다. 

 

"형, 내일부터 일 시작한다고 한거같은데? 

 

옷차림보니, 일하고 오는거 같네?" 

 

"아이다! 

 

모래하고 보로꾸하고 자재좀 받아노코 오는중이다. 

 

내일, 비계 매줄수 있제? 

 

주지한테 니 일당은 사십 불러나따. 

 

설치머 하루꺼린데, 한사흘 벌어무라!" 

 

"등산로 입구 OO종 암자, 맞지? 

 

단층건물만 있던데, 형 혼자서 사람하나 데리고 살살하지 그래?" 

 

"아이다. 

 

니도 좀 벌어묵고, 단층이라도 뒤편은 절벽이라 사층높이다. 

 

내느 못한다. 

 

니 일당으로 사흘 백이십 불러났으니 알아서 무라!" 

 

깍두기들이 궁금하기도 해서 물어본다. 

 

"이분들은?"

 

"아~ 일마들.... 

 

시부랄 새끼들! 

 

너거 스물둘이라 캣나?" 

 

"스물 셋입니더, 행님!" 

 

바로옆에 앉은 깍두기 뒷통수를 목탁소리가 나도록 때리고는 말한다. 

 

"이 시발놈들이, 어따대고 행님이고? 

 

개새끼들이!

 

행님은 저사람보고 행님찾거라. 

 

우리아가 스물다섯이다. 

 

시발놈들아! 

 

돈 주는놈이 사장아이가? 

 

사장이라고 불러라! 

 

함더 행님찾으머 지기삔다! 

 

알았나?" 

 

"예, 알겠싶미더, 해… 사장님!" 

 

깍두기들이 시원하게 답한다. 

 

"자재좀 받고있는데, 이것들이 내보고 일좀 시키돌라꼬 왔더라고.... 

 

저거 오야지 빵에가고, 술집 운영할 돈도없고, 밥도 못묵는다꼬 일좀 시키돌라네? 

 

어차피 용역 부리나, 이 시발놈들 쓰나? 

 

내일 함 보자." 

 

 

 

 

 

 

깍두기 셋의 줄거리좀 풀어보자. 조직원이 셋이 전부란다. 

 

해서, 앞으로는 조직이라 부르지 말고, '양아치'로 정정해준다. 

 

술집 룸하나를 개조해서 생활하다 술집이 넘어가는 바람에 잘곳도 없어, 상호가 임시로 여인숙 하나에 달방 계약하고 생활하기로 했다. 

 

하루 세끼를 상호와 같이 때우기로 한다.

 

 술과 안주로만 살아온 몸뚱이도 볼만하다. 

 

길이는 짧은편에 속하지만, 전면과 측면의 굵기가 똑같은 몸을 하고있다. 

 

플라스틱 의자 세개가 파르르 떨리는 느낌이고, 의자가 불쌍해 보인다. 

 

안주로 만든, 낚지볶음과 고갈비, 문어숙회 세가지를 차례로 내놓았더니, 말을 할 사이도 없이 안주들이 사라지고 없다. 

 

내 입에서도 욕지거리가 나온다. 

 

"양아치 새끼라 생각했더니, 아귀새끼네?" 

 

상호도 기가찬듯 헛웃음 흘리더니 나를 찾는다. 

 

"내가 시발거, 물거가꼬 지랄하는기 처음인데, 이새끼들은 안되겠다! 

 

짬뽕 곱빼기 세개만 시키도!" 

 

군만두까지 깔끔하게 삼킨 다음에야 안주가 안주다운 속도로 줄어든다. 

 

삶의 굴곡을 경험한번 못해봤을 순진무구한 조폭님들에게 질문한다. 

 

"니들, 생긴거 보니, 운동하고는 담쌓고 사는거 같은데, 힘은 좀 쓰냐?" 

 

"행님! 가진게 힘 뿌임니더! 

 

노가다 거 전부 빼바깨없는 영감들 뿌이대예? 

 

그런 영감들 서너몫은 할낌니더!" 

 

"6미터 비계 파이프가 하나에 17킬로쯤 나가는데, 상호형님 쓰는건 비품이라 15킬로 정도 나간다. 

 

니들 오르막길에 두어개씩 메고 다니겠냐?" 

 

"아이고? 행님! 

 

두개 해바야 삼십킬로머, 다섯개씩 들겠십니더!" 

 

상호와 내가 동시에 웃음이 터졌다, 

 

들고있던 소줏잔에 술을 흘릴만큼 웃는다. 

 

"형, 내일 저녁에, 이새끼들 소줏잔 들수 있을까? 

 

내기할까?" 

 

"바들바들 떨면서 술도 좀 흘리겠지..... 

 

하이고, 내가 저것들 거두는기 잘한긴지 모리겄다."

 

 

 

 

 

 

 

잘익은 홍시같은 아침해가 맛스러운 시간쯤, 깍두기 셋을 태워서 상호가 도착한다. 

 

차에서 내리며 연신 욕을 내뱉고 있고 깍두기들은 세수도 못한듯, 짧은 머리에 자고난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형, 공기좋은 아침부터 뭔 지랄이야?" 

 

"아, 시발놈들이, 일찍 일어나라고 어제 그렇게 말했는데, 가니까 디비자고 있어. 

 

문을 뚜디리도 일나지도 않고, 개새끼들! 

 

아유 이 시발노무 새끼들!" 

 

오솔길 입구에 자재를 두고, 구십개 정도의 계단을 올라가서 암자가 시작된다. 

 

맨몸으로 올라가기 미안해서 6미터짜리 비계파이프 두봉을 어께에 올리고, 한손엔 임팩드릴을 들고 파이프는 사십오도 정도 기울인다음, 구십개의 계단을 올라간다. 

 

"형, 난 안내려온다. 

 

셋이나 있으니, 알아서 해라." 

 

"걱정하지 마라! 

 

너이서 하머 금방이다!" 

 

"정말 그럴까?"

 

 

 

 

 

 

 

건물 입구에 파이프를 내려놓고, 계단끝에 앉아 담배하나 꺼내물고 아래를 내려본다. 

 

내가 편안하게 파이프 두봉을 메고 오르는걸 보고는, 파이프 세봉을 들겠다고 바둥거리다 포기하고 두개를 시도한다. 

 

머리가 달려있다면, 6미터 짜리 파이프의 3미터 지점, 중앙을 메려고 할텐데, 이미터 지점을 어깨에 올리고는 자꾸만 뒤로 기우니까 미친듯이 앞을 누르며 걷는다. 

 

파이프 무게에 자신이 누르는 중력까지 더해져, 좀 무거울게다. 

 

계단입구에서 사십오도로 기울여야 오를수가 있는데, 중력이 꽤 가중된 무게를 이기지 못해 쿵 소리와 함께 넘어진다. 

 

셋다 앞으로 기우뚱, 뒤로 기우뚱, 근래 보기드문 코미디를 시청한다. 

 

웃다보니, 담배연기가 폐속에서 나오지 못했다. 

 

아프기도 하지만, 웃음이 멈추질 못한다. 

 

욕도 사치라 생각한 상호는 포터 운전석에 앉아 연신 담배만 피운다.


상호가 깍두기를 불러모은다. 

 

이십분동안 계단 입구를 벗어나지 못하는데, 몸은 땀으로 범벅이다. 

 

선선한 가을 아침에, 깍두기 셋은 폭포수같은 땀을 흘린다. 

 

"그만! 지랄 그만하고, 너거, 거..... 

 

몸뚱이가 사람이 아이다!

 

 너거도 알겠제? 

 

저 파이프 하나가 15킬로라 카니까, 하나씩 들어라. 

 

새끼들아! 

 

하나씩! 

 

내가, 너거 여관비하고 처묵는거는 해줄라 캣는데, 오늘 하는거 보고 결정하자! 

 

대학생들도 방학때 아르바이트 오머, 두개씩 메고 다닌다. 

 

시발놈들아! 

 

아이고, 시발, 욕하는것도 입아프다. 

 

시작! 시작하자!" 

 

 

 

 

 

 

사장이란 사람이 두개씩 세번을 나를동안, 깍두기들은 하나씩 한번을 겨우 나른다. 

 

이제 상호도 더 다그치지도 않는다.

 

 

 

 

 

 

 

8시가 넘을쯤, 스님이 부른다. 

 

"식사 준비됐습니다. 

 

드시고 하시죠." 

 

인부들 편의를 위해 공양간이 아니라, 상을 들고왔다. 

 

소 불고기에 돼지갈비와 고기 푸짐하게 들어간 잡채까지, 그리고 막걸리도 몇병이나 준비했다. 

 

"스님, 절에서 고기가 이렇게 푸짐해도 됩니까? 

 

거기다 술까지 있으니, 숨어서 먹어야 겠습니다." 

 

"뭘 그런소릴.... 

 

숨어서 먹는건 중들이나 하면되고, 힘든일 하시는 분들은 고기를 먹어야 힘을쓰지, 안그래요?" 

 

"감사합니다. 

 

생각을 못했습니다. 

 

절이라고 풀떼기나 먹을거라 생각했더니, 이렇게 생각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그런데, 저 세사람은 왜 저래요? 

 

죄짓고 도망온 사람들인가? 

 

왜 저렇게 떨고있어?" 

 

깍두기 셋이 숟가락을 잡고 바들바들 떨고있다. 

 

밥은 어떻게 입으로 들어가는데, 국은 도무지 불가능해 그릇째 마시고 있다. 

 

"저새끼들 못된짓만 하고 다니더니, 스님 보니까 겁나서 그라나?" 

 

 

 

 

 

잠시 웃는중에, 외국산 비싸보이는 승용차 한대가 불당 입구까지 들어온다. 

 

운전석에서 승복입은 여자가 내리더니, 주지를 보고 발악하듯 소릴 지른다. 

 

"밑에 차 있는거 확인했어예! 

 

여 있는데 와 없다고 거짓말을 해예? 

 

응? 동생이라고 숨길라고? 

 

미친놈이 그년 정리했다고 철떡같이 맹세하더니, 뭐하는 짓이고? 

 

니가 사람새끼가? 

 

개새끼야! 나온나!" 

 

순식간이다. 

 

이목구비 뚜렸하고 조각같은 얼굴의 스님이 무술이라도 배운듯, 이미터 단차의 아래로 깃털같이 뛰어내려 순식간에 여자에게로 뛰어가더니, 달려간 속도 그대로 여자를 발로 차버린다. 

 

한순간의 멈춤도 없이 스님은 여자가 타고온 승용차를 타고 사라진다. 

 

여자가 슬로모션처럼 날아올라 이미터 정도의 아래 마당으로 떨어졌다. 

 

너무 놀라서 깍두기와 상호까지 반사적으로 달려간다. 

 

다행인지, 여자는 크게 다친곳이 없는지 일어난다. 

 

주지승이 다가와 나지막이 속삭인다. 

 

"남의 가정사니까 모른척 하시면 됩니다."

 

 

 

 

 

앞으로도 변함없듯, 하루하루의 시간은 덧없이 허비되고 만다. 

 

아까워 꼬불쳐 두고파도, 남김없이 사라진다. 

 

 

 

 

 

 

 

세 깍두기들은 작업복을 사야겠다며, 일당을 받아갔다. 

 

씻고 포장마차로 나와서 한잔하라고 했는데, 시간이 늦어도 나오지 않는다. 

 

"햐~ 시발꺼, 어제오늘 파란만장한 하루하루다. 

 

잘됐다! 

 

내일부터는 일 좀 할줄아는 놈으로 용역 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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